“좋아해, 시라부.”지는 해를 등지고 말하는 상대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시라부는 동요하지 않고 물끄러미 세미를 바라볼 뿐이었다. 세미가 어떤 표정을 짓고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굳이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을 법했다. 답지 않게 어색한 표정으로 부끄러움으로 인해 붉어진 입술을 깨물고 있겠지. 사실 궁금하지도 않다. 그냥 그럴 거라는 막연한 생...
*졸업 후 이야기 시라부는 가끔 실없는 소리를 했다. 섬세한 생김새다운 날카로운 성격 탓에 평생 하지 않을 것 같은 감성적인 말을 뜬금없이 내뱉고는 했다. 굉장히 드물긴 했지만, 워낙 그의 성질머리 탓에 이질적인 느낌이 크게 다가왔다. 딱 한 사람 한정이었지만 말이다. 가끔 세미에게 세터로서 물어볼 것이 있다거나, 대부분의 경우로 세미가 시라부에게 조언을 ...
*공포스럽거나 혐오스러운 표현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와이즈미. 빨리 나와서 저것 좀 봐.” 하나마키의 재촉에 이와이즈미는 신발을 구겨 신으며 부실 문을 열었다. 한여름 밤의 후끈한 공기가 밀려 들어왔다. 장난 아니게 덥네. 신발을 툭툭 차며 발을 끝까지 밀어 넣고 고개를 드니 먼저 나와서 난간에 기대어 있던 하나마키와 마츠카와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
따뜻하고 건조한 공기가 온 집에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추운 걸 못 견뎌서 꽤 높은 온도로 난방을 틀었지만 옷차림 또한 목티를 입어 가벼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무거운 공기에 무거운 옷차림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렸다. 따듯한 걸 마시자. 부엌으로 향하는 움직임은 느릿했다. 금방이라도 캐롤이 들릴 것만 같은 밖은 조용했고 집 안 또한 소리를 먹어버린 듯 적막뿐...
혼자가 되었다. 시라부와 이별했다. 예상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시라부는 가끔 알 수 없는 눈으로 세미를 뚫어지게 쳐다보거나 할 말이 있는 듯 입술을 달싹이다 관두기를 반복 했으니까. 그런 시라부를 보고 있을 때면 안쪽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정작 그만하자는 말이 들려올 때는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도 고요했다. 무서울 정도...
*시라세미데이 기념 글 *대학생 시라부와 세미 + 동거설정 시라부의 눈이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떠졌다. 반쯤 열려있는 커튼 사이로 눈이 부신 햇살이 유리창을 통해 산산히 부서져 쏟아지고 있었다. 시라부는 멍한 눈으로 몸을 세워 앉아 돌아가지 않는 뇌로 해야 할 이것저것을 생각하다가 자신의 옆에서 아직 자고있는 세미를 내려다 보았다. 세미는 자신에게서 등을 ...
*과거날조 사랑은 봄이라고 했던가. 적어도 카와니시에게는 아니었다. 카와니시에게 그는 겨울이었다. 새하얀 눈처럼 설레기도 하고 서늘하기도 하고. 또 매섭기도 하고 포근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안의 것은 시린 손을 녹일만큼 따스해서 다가가지 않고는 못베겼다. 카와니시에게 그는 그랬다. 처음 본 순간부터 그랬다. 새해가 찾아옴과 동시에 눈도 그득하게 쌓여서 부...
“어라?” 막 샤워를 끝내고 몸을 닦아내고 있던 세미의 눈에 전에는 보지 못하던 무언가가 걸렸다. 분명 샤워 할 때도 이런 거 없었는데. “안...지워지네.” 세미는 몇번 문질러 본 결과 이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게 되었다. 결국 나왔구나, 나도. 세미의 쇄골 바로 아래에 문신을 한 것 처럼 새겨져있는 것은 알파벳 K였다. 아무리 여러 형태로 나온다지만 이건...
*캐붕 주의 늦었다. 연습시간에 늦어버렸다. 교무실에서 선생님이 시키신 일을 마무리 짓고 있을때는 이미 연습이 시작했을 시각이었다. 감독님한테는 카와니시가 말해뒀겠지. 일을 끝내고 곧장 체육관으로 향했다. 이미 로드워크를 나갔을 것이다. 빨리 따라 잡아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 부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체육관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의아해 하며 다가간 곳...
*급전개 주의 시라부는 머플러 위로 흩어지는 하얀 입김에 가려진 하늘을 바라보았다. 코 앞이 약속장소인데 들어 가기가 참 힘들었다. 세미에게 연락을 받았다. 오늘 꼭 만나자고. 시라부가 바빴을 때 가끔 투정부리고 조르던 세미였지만 시라부는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그때완 다르다는 것을. 오늘 세미에게 무슨 말을 듣게 될까. 어떤 표정으로 어떤 말을 ...
*모니와 은퇴 후 급조 *졸업식 후편 모니와는 졸업 후 고교시절 만큼이나 정신 없는 나날들을 보냈다. 지금은 겨우 숨을 돌리 고 있는 중이었다. 시험을 끝내고 방학을 맞이하고 있었다. “사사야, 시험 끝났어?” “아니...죽을 것 같아...전공이랑 교양 하나 남았다...” “엑...교양 뭐 듣는다 했지? 늦네...” 모니와는 사사야와 함께 대학에 합격하여 ...
*모니와의 은퇴 후 이야기 *첫 만남 급조 “모니와상.” “응? 후타쿠치?” 졸업식이였다. 길다면 길었을 3년이었고 짧다면 짧은, 아쉬운 시간들의 결실이였다. 부모님과 후배들에게 선물받은 꽃다발을 들고 카마사키랑 사사야와 웃으며 대화를 나누던 모니와에게 꽃다발을 든 후타쿠치가 다가왔다. “하고싶은 말이 있어서요.” “뭔데?” “우리는 보이지도 않냐?”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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